♣동화에서
토끼가 감기에 걸려서 몹시 아프대요.
‘문병을 가야겠는 걸?’
친구들이 선물을 들고 토끼에게 문병 갔어요.
“토끼야, 많이 아프니? 이 사과 먹어. 굉장히 맛있어.”
“나는 케이크를 선물로 가져왔어.”
“나는 인형.”
“나는 꽃을 가져왔어.”
“모두들..정말...고마워...”
고양이는 토끼가 부러웠어요.
‘엄마는 다정스러워지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모두에게 선물도 받고, 감기에 걸린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야.’
그날 밤 고양이는 일부러 이불을 차버리고 배를 내놓고 잤어요.
열이 나고 머리도 아파서 의사선생님이 주사까지 놓아 주셨어요.
“고양아, 노올자!”토끼가 놀러왔어요.
“오늘 고양이는 감기에 걸려서 나가 놀 수가 없단다.”
“안됐다.”
“앙앙~~나가서 친구들과 놀고싶어...엄마도 다정하게 잘해주시고, 선물도 잔뜩 받았지만 사과도 케이크도 맛이 없어. 감기에 걸리는 건 너무 싫어. 정말 싫어! 앙~~”
♣현실에서
지난 금요일 시댁에 다녀왔다. 얼마 전 큰집에서 시댁 근처의 강가에 펜션을 오픈하여 남편 회사 사람들과 함께 갔다. 돌아오면서 눈썰매장도 들릴 계획이었다.
금요일 오후 서이가 다가와서 말했다.
“엄마, 나 머리가 아퍼....”
“머리가? 너무 떠들면서 정신없이 노니까 그렇지. 가만히 앉아서 쉬어. 아빠 오시면 바로 펜션에 갈 거야.”
펜션 식당에서 윗동서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서이가 춥다며 내게 기댄다.
“엄마, 추워...”
“모가 추워...바닥도 따뜻한데....”
“난 추워....”
“엄살인가?”
“아니라니깐.”
그날 밤부터 서이는 저녁도 굶고 약간의 열과 함께 몸살기를 보였다. 엄살인 줄 알았던 난 뒤늦게 미안한 맘으로 아이를 살폈는데, 다음 날 아침 서이의 열은 심해졌고 아침식사도 하지 못했다. 갑자기 눈이 내려 강가의 길들이 미끄러웠지만 우리는 서둘러 병원에 갔다.
“독감이네요. 꽤 아팠겠는데? 주사 맞고 가야겠어요. 앞으로 이틀정도 몸살처럼 아프면서 좀 힘들 거예요. 소화시키기 어려울 테니 죽하고 보리차만 먹이세요. 그리고 약에 해열제가 들어있지만 열이 쉽게 내리지 않으면 따로 주는 해열제를 더 먹이세요.”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나는 서이를 간단히 씻기고 약을 먹였다. 분주하게 죽을 쑤고. 의사선생님 말씀처럼 서이의 열은 쉽게 내리지 않았고 39도까지 올라간 열이 38도 아래로 좀체 내려가지 않았다.
밤새 아이의 이마를 짚어보고 열을 체크하면서 너무 미안했다. 요즘 아이들에게 소홀하며 바쁘게 돌아다닌 일들이 어찌나 한심하게 느껴지던지.....아이가 아파서 기대는데 그것도 귀찮아 엄살일거라 짐작하다니, 끝없는 자책이 날 괴롭혔다.
주말 내내 서이와 한 침대를 쓰면서 아이를 돌보았다. 서이가 좋아하는 호박죽도 쑤고, 다정한 목소리에 잔심부름 다 해주면서 미안한 마음을 그렇게 달랬는데...
“엄마, 아프니까 참 좋아.”
“아픈 게 모가 좋아?”
“엄마가 야단도 안치고 다정하게 말하고 화도 안내고....히히”
“먹고 싶은 것도 못 먹는데?”
“어차피 나으면 다 먹을 건데 뭐. 맨날 엄마랑 같은 침대에서 자니까 정말 좋아.”
오늘. 열도 거의 내리고 서이가 많이 좋아졌다.
잠자려고 불 끄고 누웠는데 서이가 물 가지러 나가더니 들어오지 않고 조카랑 떠든다.
“서이! 빨랑 안 들어와!”
“들어갈께~~”
“빨리! 시간이 몇 시야!”
“들어왔잖아~~ 어휴~~또 소리 지르고 화내.”
서이는 획 등 돌리고 누워버렸다. 어휴~~미련하고 못된 엄마 같으니...평소 같았으면
“뭐야? 빨리 못 자?”하며 협박했을 게 틀림없는 상황인데 미안함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서이야...이리 와. 화내고 소리 질러서 미안해. 엄마가 요즘 왜 이러지? 서이가 봐 주라. 응?”
“응~~ 난 내가 아플 때 엄마가 정말 좋아.”
아~~~나 때문에 내가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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