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야기

59.에필로그

줄무니 2003. 7. 27. 09:34


영국에서 쓰는 마지막 칼럼이 될 듯.
이젠 준비가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그저께 배편으로 미리 짐들을 보냈고, 요즘은 이것저것 못다 한 정리를 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문득 문득 믿어지지 않는다. 정말 돌아가는구나.....
그토록 돌아갈 날만 기다렸는데, 막상 날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니 이렇게 서운할 수가 없다.
아니, 사실은 돌아가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서운하고 아쉬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한국과는 많이 다른 주변 환경.....수많은 녹지, 넓고 아름다운 파크들, 맑은 공기
바쁜 생활 속에서 내게 여유를 주었던 이 푸른 환경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시작은 힘들었지만 많은 걸 배우게 해준 학교, 아이들 학교뿐만 아니라 내가 잠깐 다닌 학원도 오래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가장 아쉽게 내 발목을 잡는 건
그건 바로 정들었던 내 친구들. 흑흑!

친구들과의 이별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어디서든 이별이란 참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리고 그토록 정이 깊었는지도 눈치채지 못했다. 에구, 미련해라.....

처음 경험해 본 외국 생활.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고 온통 낯설음과 서러움들뿐이었던 이곳에서
서러움을 덜어주고 외로움을 견딜 수 있도록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었던 그들.
이제 와서 조각조각 떠오르는 그들의 세심한 친절들이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한다.


발레리(Valerie). 재이의 베스트 프랜드 카야의 엄마이다.
늘 예쁘고 반갑게 웃어주며 번거로운 내 부탁 기쁘게 들어주던 착한 그녀.
둘째 아이를 가져서 처음으로 네게 말한다며 행복하게 웃던 그녀.
카야와 좀더 같이 놀고 싶어서 영국을 떠나기 싫다는 재이만큼이야 아니겠지만,
발레리와의 이별은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녀의 따뜻한 미소, 친절한 우정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달리(Dally)아줌마. 이사하기 전, 바로 이웃에 살았던 호마(Homa)와 세판(Sepand)의 엄마.
너무나 다정했던 우리의 이웃.
아줌마의 따뜻한 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우리 아이들과 정말 잘 놀아준 예쁜 호마, 귀여운 세판. 이 사랑스런 아이들은 또 얼마나 그리울까?

어제는 큰집으로 이사한 아줌마네 집에 첫 번째 손님으로 초대받아 갔었다.
짐이 채 정리가 되지도 않은 집에 불러서, 온갖 음식을 준비하여 주신 아줌마.
어찌나 미안하고 고맙던지.....

아줌마는 우리가 이웃에 살다가 이사온 이후에도 작아진 호마의 옷들을 싸서
종종 우리 집에 놀러 오셨고,
나 또한 아이들을 이끌고 아무 때라도 들러 수다를 떨다 오곤 했다.

우리와의 이별을 너무나 아쉬워하는 아줌마의 진심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한국에 꼭 한번 오시라고 했다.(남편이 초대하겠다고 했다.)
우리도 영국에 꼭 다시 오마 약속했다.

그리고 오늘!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 거한 이별파티가 있었다.
이보다 더 예쁠 수 없는 내 고운 친구 주은 엄마!
우리 대 식구(우리 일곱, 주은네 여섯)를 위해 어찌나 많은 음식들을 준비해줬던지.....^^
바비큐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을 위해 빗속에서 우산을 받치고 숯을 피워
바비큐 고기를 구운 주은이 고모와 고모부의 정성도 너무나 눈물겨웠다. ㅋㅋㅋ

주은 엄마♥♡♥
내가 가장 힘들고, 지치고, 외로웠을 때 알게 되어 힘이 되고 위로가 되고 의지가 되었던 내 친구.
내가 영국 생활에 지쳤던 작년 가을. 그녀는 발로 뛰어 우리를 도왔고
여러 통의 정성스런 편지로 위로와 기쁨을 선물했다.
주변의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즐거움을 주는 그녀는 내가 정말 닮고 싶은 사람이다.
영국에서 주은 엄마를 알게 된 건 내게 큰 행운이었다.
이곳에서 얻어 가는 큰 보물.
잠깐의 이별 때문에 아쉽고 서운하지만 주은네도 겨울이면 한국에 간다.
얼마나 다행인지.....
영국에서처럼 가깝게 살지는 못하겠지만, 우리의 끈끈한 우정은 한국에 가서도
변함 없을 것임을 확신한다.

내일 모레 공항에 함께 가준다는데, 그 날은 히드로 공항이 좀 청승맞아 보일 듯 싶다.
두 한국 아줌마들의 주착스런 눈물, 콧물 때문에.....

폴린(Pauline). 재이네 반 올리비아의 엄마. "네가 떠날 때를 생각하면 난 지금도 슬퍼져."
지난 겨울부터 가끔 이런 말로 그녀의 애정을 보여줬던 폴린 아줌마.
가난하지만 순박하고 착한 폴린 아줌마도, 서이 친구 레베카의 엄마 예쁜 크리스틴도
모두모두 참 좋은 영국의 친구들로 기억할 것이다.

친구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한아름 안겨준 선물들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크고 진한 정을 안고 한국으로 간다.
나라와 언어는 달라도 길들여지는 사랑은 어디서나 같다는 걸
또한 진하게 경험하고 돌아간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내게 보여준 그들의 친절한 우정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돌아간다.

사랑하는 내 친구들.....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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